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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 방학이 두 달 남았는데, 내가 더 설레는 이유 본문
초등학생 엄마일 때는 방학이 두려웠다.
밥은 누가 챙기나, 학원 셔틀은 어떻게 맞추나,
종일 집에 있으면 간식은 또 얼마나 없어지나—
방학 공지가 뜨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스케줄표로 가득 찼다.
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.
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
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인데, 방학이 두렵지 않다.
아직 6월도 되기 전인데,
나는 벌써 여름방학을 기다리고 있다.
딸이 고1이 되던 봄,
나는 무언가 조용히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.
아침에 교복 입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데,
예전처럼 "점심은 먹었나, 체육복은 챙겼나" 하는 불안 대신
그냥—뭐랄까, 담담한 안도 같은 게 느껴졌다.
저 아이, 이제 스스로 간다.
그 느낌이 얼마나 낯설고 동시에 홀가분했는지.
초등학교 6년, 중학교 3년,
매 방학마다 내가 더 바쁜 여름을 보냈는데—
이제는 아이가 알아서 친구를 만나고,
알아서 스케줄을 짜고, 알아서 저녁에 돌아온다.
나는 그 사이, 나를 챙길 수 있게 됐다.
이번 여름방학엔 뭘 하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.
오래전부터 미뤄온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.
읽다가 접어둔 책 두 권,
가고 싶었던 전시,
오전에 혼자 카페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기.
별 거 아닌 것들인데, 그게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.
엄마라는 역할이 꽤 오래 '나'보다 앞에 있었던 것 같다.
방학이 되면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 시간을 쓰고,
나는 나대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게—
사실은 꽤 최근에야 가능해진 일이다.
그 두 달 동안 우리가 꼭 붙어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.
오히려 각자의 여름을 보내고
저녁 밥상 앞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꺼내놓는 게
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.
초등 때처럼 하루 종일 붙어있는 여름이 아니라,
서로의 하루가 있고 그걸 나누는 여름.
그게 지금 우리 모녀한테는 더 잘 맞는 방학의 모양인 것 같다.
5월 끝자락,
아카시아 향이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오후에
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.
방학은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,
나는 벌써 그 여름이 기다려진다.
아이가 아니라 내가.
그게 얼마나 오랜만인지—
생각하니 좀 웃기고, 좀 울컥하기도 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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