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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이 방학이 두 달 남았는데, 내가 더 설레는 이유

광장동 해당화 2026. 5. 27. 15:52

초등학생 엄마일 때는 방학이 두려웠다.

밥은 누가 챙기나, 학원 셔틀은 어떻게 맞추나,

종일 집에 있으면 간식은 또 얼마나 없어지나—

방학 공지가 뜨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스케줄표로 가득 찼다.

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.

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

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인데, 방학이 두렵지 않다.

아직 6월도 되기 전인데,

나는 벌써 여름방학을 기다리고 있다.


딸이 고1이 되던 봄,

나는 무언가 조용히 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.

아침에 교복 입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는데,

예전처럼 "점심은 먹었나, 체육복은 챙겼나" 하는 불안 대신

그냥—뭐랄까, 담담한 안도 같은 게 느껴졌다.

저 아이, 이제 스스로 간다.

그 느낌이 얼마나 낯설고 동시에 홀가분했는지.

초등학교 6년, 중학교 3년,

매 방학마다 내가 더 바쁜 여름을 보냈는데—

이제는 아이가 알아서 친구를 만나고,

알아서 스케줄을 짜고, 알아서 저녁에 돌아온다.

나는 그 사이, 나를 챙길 수 있게 됐다.


이번 여름방학엔 뭘 하고 싶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.

오래전부터 미뤄온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.

읽다가 접어둔 책 두 권,

가고 싶었던 전시,

오전에 혼자 카페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기.

별 거 아닌 것들인데, 그게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.

엄마라는 역할이 꽤 오래 '나'보다 앞에 있었던 것 같다.


방학이 되면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 시간을 쓰고,

나는 나대로 하루를 채울 수 있다는 게—

사실은 꽤 최근에야 가능해진 일이다.

그 두 달 동안 우리가 꼭 붙어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.

오히려 각자의 여름을 보내고

저녁 밥상 앞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꺼내놓는 게

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.

초등 때처럼 하루 종일 붙어있는 여름이 아니라,

서로의 하루가 있고 그걸 나누는 여름.

그게 지금 우리 모녀한테는 더 잘 맞는 방학의 모양인 것 같다.


5월 끝자락,

아카시아 향이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오후에

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.

방학은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,

나는 벌써 그 여름이 기다려진다.

아이가 아니라 내가.

그게 얼마나 오랜만인지—

생각하니 좀 웃기고, 좀 울컥하기도 하다.

 

커피 한잔의 여유